우산을 쓸 만큼 많이도, 그렇다고 신경이 쓰이지 않을 만큼 적지도 않은 양의 비와 함께 시작한 하루. 2일차와 마찬가지로 긴자로 향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은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요. 가볍고 맑은 육수를 선호해, 조개 육수를 사용하는 mugi to olive를 방문했습니다. 담백한 조개 육수 위에 올라간, 닭 가슴살, 조개, 마, 쑥갓 그리고 김. 추웠던 몸을 따듯하게 데피기에 충분했어요. 양이 적지 않아, 앞접시를 따로 요청해, 앞에 놓여 있는 올리브유와 후추를 얹어 파스타처럼 즐겨봤는데요. 두 가지 방법으로 즐길 수 있어 더욱이 만족스러웠던 식사.
도쿄는 서울보다 혼자서 다니는 사람들이 많고, 음식점이나 카페도 혼자 방문하기에 좋게 배치 되어있어요. 혼자와의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타인과 함께하는 시간에도 잘 융화될 수 있는 사람으로서, 도쿄의 문화가 부러웠습니다. 서울에서도 혼자 하기에 좋은 공간을 하나씩 찾아보려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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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 한 그릇을 다 먹고 나왔음에도, 날씨는 초겨울처럼 추워서, 히트텍을 구매하러 유니클로 긴자점을 들렀습니다. SPA 브랜드 중에서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인 유니클로. 적당한 가격대, 심플한 디자인, 다양한 사이즈 덕분에 한국에서도 자주 애용하는 브랜드인데요. 긴자의 유니클로는 총 12층으로, 히트텍만 구매하고 나올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UT만 전시되어 있는 층, 티셔츠를 제작할 수 있는 층 등 유니클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천국일 공간. 시간에 무감각해진 채 3시간 정도 있었던 긴자 유니클로. 계획에 없었던 발견은 역시 여행의 묘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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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에 오래 있어서일까요? 히트텍을 입고 나오니 날이 거짓말처럼 개어있었습니다. 햇살과 함께 향한 다음 행선지는 드람브르. 이날 긴자로 향한 이유는 2일차에 꼭 방문하고 싶었지만, 방문하지 못했던 드람브르를 위해서였습니다. 드람브르는 3대째 운영되는 핸드드립 커피 전문점으로, 우리나라의 다방 느낌인데요. 커피의 종류도 많고, 원두도 다양했습니다. 첫 잔은 시그니처 ‘브람 에 느와르’. 브람 에 느와르는 설탕을 넣은 커피 위에 우유를 띄운 샴페인 잔에 마시는 커피로, 브람은 프랑스어로 흰색, 느와르는 검은색을 뜻하는 단맛이 강한 커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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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섞지 않고 마시는 커피로, 달달한 우유와 산미가 있는 커피가 분리되어 한 입에 들어와 참 맛있었습니다. 평소 커피를 잘 즐기지 않는 프린들에게도 충격이었던 장소. 다만, 양이 많지지 않아, 곧바로 다른 커피를 주문한 후, 바에 앉아 커피를 내리시는 모습을 구경했습니다. 일회용품은 사용하시지 않은 채 천천히 커피를 내리시는 모습, 아주 오래된 냉동고 속의 얼음으로 만들어지는 시원한 커피, 긴 세월이 느껴지는 기품 있는 가구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공간을 운영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에, 오래된 공간을 운영하시는 분은 다소 엄격하지 않을까라는 염려와는 달리, 이번 도쿄 여행은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될 만큼 편안했던 드람브르와 도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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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날씨를 놓치기가 아쉬워, 도쿄 타워가 보이는 프린스 시바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크지 않은 공원이라, 적은 인원이 옹기종기 모여있어 참 좋았던 공원. 여행 중 가장 여유가 있었던 장소였어요. 무얼 해야겠다는 생각 없이, 지금은 기억에 나지 않는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었던 장소. 김영하 작가의 <김영하 여행자 도쿄>를 한두 페이지 읽기도 하고, 노래를 듣기도 하며 그저 흘러가는 시간을 느꼈던 시바공원. 참, 일본 주류세가 낮아 와인이 저렴해서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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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 친구가 방문하고 싶었던 코노지로 향했습니다. 코노지는 가타카나 ‘코(コ)’자 형태 카운터가 있는 형태의 술집인데요. 가게 주인이 ‘コ’자 안에 있어 음식과 말을 건네는 형태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장소. 저희가 방문했을 땐 이미 만석이라, 한 시간 정도 거리를 걷다가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도쿄 직장인들이 퇴근 후에 혼자 들려 한잔 하는 곳이라 그런지, 일본어를 잘 하지 못하는 여행객인 저희를 기분 좋은 호기심으로 바라보시더라구요. 궁금했던 메뉴, 주인분께 추천받은 음식, 옆자리 아저씨게 추천받은 음식 총 8가지를 주문했습니다. 모든 음식이 술과 참 잘 어울렸지만, 특히 교자와 낫토가 채워진 유부튀김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네요. 코노지는 기본적으로 크지 않은 구조이고, 옆 사람과 대화를 하기 쉬운 구조라, 어쩌다 보니 가게 분들과 친해져서 파파고를 통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일본어를 할 줄 알았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처음 느껴, 돌아가는 길에 ‘한국에 돌아가면 꼭 일본어 공부를 하자!’라는 대화를 나눴던 장소. 친구와 함께하는 여행은 잠시나마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 시야가 확장되는 기분이에요. 나만의 세상에서 벗어나는 일이 처음엔 쉽지 않을 수 있지만, 기꺼이 자신의 세계을 공유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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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노지에서의 시간은 정말 꿈같아서,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를 외치며 문을 닫는 순간에는 영화 속에 있다가 나오는 기분이었습니다. 근처 여행하는 곳에 코노지가 있다면 한 번 방문해 보세요. 생각하지도 못한 선물 같은 시간을 경험 해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여행 중에 만나는 시간 인연을 참 좋아하는데요.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채로, 그 순간에 서로에게 진실될 수 있는 관계. 지속되는 관계가 아니다 보니, 더욱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그렇기에 대가 없는 호의를 서로 베푸는 사이. 나 또한 누군가에게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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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한 번도 만나지 않았을 사람들의 삶 속에 잠시 들어가, 진심으로 그들의 삶에 행운이 함께 하기를 바라게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들의 삶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요.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해요. 프린들은 어쩌면 저에게도, 여러분에게도 가상의 친구라는 생각을 하면서! Be Frin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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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들 도쿄 5일차]는 4월 8일에 발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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