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지하철은 노선도 많고, 승차역에 따라 일반, 세미-급행, 급행으로 구분되어서 꽤나 복잡해요. 일반이 아닌 세미 급행을 타서, 원래 가려던 목적지가 아닌 신주쿠를 방문하게 되었지만, '오히려 좋아'의 마음으로 시작한 2일차.
11시 15분에 오픈하는 오우로지로 향했습니다. 11시도, 11시 30분도 아닌 '11시 15분'에 영업을 개시한다는 점이 신기했는데, 정확히 13분에 영업을 알리셨습니다. 1921년에 시작해, 무려 100년이 넘은 노포의 모습에서 성실함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대표 메뉴인 카레 돈까스 덮밥은 오랫동안 뭉근하게 끓인 카레 위에 바삭하게 튀겨진 세 조각의 돈까스가 가지런하게 놓여있어요. 할머니 댁에서 먹는 푸근하고, 든든한 한 끼.
근처 빔스 재팬에 잠시 들린 뒤, 무인양품 신주쿠에 들렸습니다. 한국에 비해 크게 가격적인 메리트가 있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제품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도쿄 시내에서는 무인양품을 자주 만날 수 있는데요, 생각보다도 더욱 일본인들의 삶 속에 들어와있는 브랜드라고 느껴졌습니다. 길에서 본 무인양품 자판기도 바쁠 때 유용한 현대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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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말은 도쿄의 봄 장마철이라 비가 많이 내려 프렌치 토스트가 유명한 카페 알리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유명한 만큼 역시나 긴 웨이팅. 도쿄도 서울만큼 인기 있는 공간에는 웨이팅을 길게 하더라고요. 아쉽게도 비가 거세지고 있어, 근처에 있는 coffee fragile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종로 지하상가의 카페 같은 분위기였는데, 데이비드 보위를 좋아하시는지 관련한 포스터가 많았습니다. 커피는 핸드드립으로 천천히 내려주시고, 친구들에 의하면 커피 밸런스가 참 좋은 카페라고 하네요. 지하에 위치해 약간의 냄새가 나지만 평소 다방의 분위기를 좋아하고, 맛있는 커피가 생각날 때 방문해 보기 좋은 곳. 어떻게 알고 찾아오셨는지, 여기도 저희를 마지막으로 웨이팅이 생겼습니다.
비가 멈추지 않아, 실내에 있을 수 있는 긴자로 향했습니다. 긴자의 목적지는 도버 스트릿 마켓 긴자. 도버 스트릿 마켓은 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 총괄 디렉터 레이 가와쿠보(Rei Kawakubo)와 그의 남편 아드리안 조프(Adrian Joffe)가 최초 오픈한 편집숍인데요. 꼼데가르송의 다양한 라인뿐만 아니라, 본인들의 기준으로 선정한 다양한 제품이 한곳에 모여있어 눈이 즐거운 장소입니다. 특히, 직원분들의 스타일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평소 입어보기 힘든 의류가 많아 옷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방문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구경을 마친 후, 총 12층으로 되어있는 문구점 이토야를 들렸습니다. 아기자기한 포장지부터 고가의 만년필까지 문구에 대한 모든 게 담겨있는 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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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는 서울의 청담동과 비슷한 분위기라 명품 브랜드가 많이 있고, 도쿄인만큼 브랜드의 단독 매장이 많아 보는 재미가 있어요. 높은 빌딩이 많아, 야경 보기에도 좋은데요, 길을 다니다가 발견한 시세이도 팔러도 방문하기 좋아 보였습니다. 주말에는 차 없는 거리를 운영해, 도로를 자유롭게 활보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저녁은 근처의 우동 가게 사토 요스케에 방문했습니다. 한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통통한 우동면이 아니라 파스타면처럼 얇은 면을 사용하는데, 쫄깃하고 식감이 좋았습니다. 다만, 특별한 맛이라기보다는 쯔유와 면이 있다면 '집에서도 따라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우동.
숙소로 들어가기 전, 돈키호테 긴자 본점에 방문했는데요. 매장이 길게 설계되어 신기했습니다. 프린들은 처음 도쿄에 방문했을 때는 <돈키호테 필수 구입품>을 검색해서 곤약젤리, 킷캣, 아이봉 등을 쇼핑했었어요. 하지만, 막상 한국에 돌아와 사용하지 않는 기념품이 많아, 이제는 한번 더 생각해 보고 구매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동전파스, 숙취해소제 오타이산 그리고 한국보다 저렴한 카레만 구입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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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10시가 다 되어 나카노에 있는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인파가 많은 곳에 있다가 조용한 동네로 오니 하루밖에 머물지 않았음에도,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다만, 일본 환승 시스템은 꽤나 복잡해 사람들이 왜 도심에 숙소를 잡는지도 약간은 공감이 됐습니다. 참! 도쿄는 삼성페이처럼 교통카드를 폰으로 대체할 수 있는데요, 정말 편하더라고요. 매번 지하철을 이용할 때마다 ‘우와’를 외치며, 해당 기능이 한국에도 빠르게 도입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로 인해 계획한 일정을 수정했는데, 뉴스레터를 쓰면서 보니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한 하루였습니다. 여행은 더더욱 예상치 못한 우연이 많아 이를 즐기는 자세가 마음이 편한 것 같아요. 최적의 경로로 여행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여행 기간 중에 다녀온 곳을 다시 다녀오는 경우도 많아서 본인의 여행 스타일에 따라 참고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Be Frindle!
3월 26일
프린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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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hmans | Walking in the Rhyth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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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들 도쿄 2일차]가 배터리 이슈로 하루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프린들 도쿄 3일차]는 3월 30일에 발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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