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7일차, 미타케산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일어났어요. 어두운 저녁에 올라와 주위가 보이지 않았는데, 아침에 보는 미타케산은 참 멋있었습니다. 족히 20m가 넘는 나무 사이에서 맞이하는 아침. 일본식 아침식사를 든든히 먹고, 숙소에서 나왔습니다. 아침 식사에 나온 김이 맛있어서 그 뒤로 가는 곳마다 비슷한 김을 찾아봤는데, 동일한 제품은 발견하지 못했고 로손에서 100엔짜리 김을 구매했는데, 동일하지는 않았지만 맥주 안주로 좋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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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온전히 보낼 수 있는 마지막 날이기에, 오늘은 빠르게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각자 원하는 공간을 경험한 후, 시모키타자와의 바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함께하는 마지막 저녁이라, 시부야에서 같이 또 따로 다니기로 했어요. 처음 도착한 곳은 감각적인 문구점 THINK OF THINGS. 정리에 최적화된 브랜드로, 노트, 필기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정리함을 판매하고 있어서, 사이좋게 재미있는 정리함을 각각 구매하고 이동했어요.
도쿄에 온 지 7일차가 되어서야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를 건넜습니다. 많게는 한 번에 2,000명 이상이 교차로를 건너는 광경을 보고 있자면 수많은 인연이 교차하는 순간이 시각화된 것 같아 기분이 묘하고, ‘도쿄에 왔구나’ 싶어요. 츠타야 서점 2층 스타벅스에서 스크램블 교차로를 잠시 바라보고, 타워 레코즈 시부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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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레코즈 시부야는 1층부터 9층까지 CD, DVD, LP 등 음악에 관련된 제품이 가득해요. 하루 종일 있어도 지루할 틈이 없어 보이는 공간. 나이, 성별, 취향에 관계없이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을 디깅하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평일에 이런 일상을 즐기는 도쿄 사람들이 부러웠습니다. 도쿄 여행에 큰 도움을 준 친구에게 선물로 줄 LP를 구매하고, 아쉽지만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타워 레코즈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시부야 챔피온에 방문했습니다. 국내보다 훨씬 다양한 제품이 준비되어 있고, 일본 라인만 따로 나오는 경우도 있어 캐주얼 한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해 드려요. 도쿄에 방문하면 하나씩은 구매하는 챔피온. 삼심분정도 매장을 둘러본 후, 로프트와 무인양품에 들러 필요한 제품을 간단하게 구매했습니다. 오늘은 도쿄를 즐기는 기분이라기보다는, 해야 할 체크 리스트를 빠르게 착착 진행했던 느낌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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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였던 이유는 사보이 아저씨! 늦은 시간이라 혹여 자리가 없을까 노심초사했는데, 다행히 한자리가 남아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사보이 아저씨께서 만들어주는 피자를 먹을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먹을 수 있다는 게 행복했던 사보이. 피자를 굽는 커다란 화덕이 두 개, 그리고 한쪽은 와인 안주를 만드는 공간으로 구성된 사보이. 자리에 따라 피자를 담당하는 분이 달라요.
그제 먹은 사보이는 본인의 색이 강한 느낌이었다면, 오늘은 수수한데 계속 생각나는 맛이었습니다. 세 번의 사보이 모두 화덕피자의 정석이라고 할 만큼 맛있었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쫄깃한 도우와 올리브, 마늘 그리고 바질의 신선함이 떠오르네요. 한국에서도, 이탈리아에서도 경험한 적 없는 완벽에 가까운 화덕피자. 기본적인 마르게리따도 맛있지만, 치즈 없이 마늘과 바질만 올라가는 마리나라는 충격적이었어요. 치즈 없이도 피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역시 음식에서 중요한 건 신선한 재료와 정성스러운 마음. 사보이 아저씨의 피자를 이번에는 먹지 못했지만, 다음 도쿄 여행을 위한 기분 좋은 아쉬움으로 남겨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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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의 아쉬움을 안고 다시 롯폰기에서 시부야로 향했습니다. 이미 늦은 시간이었지만, 택시 타고 호텔로 가면 되겠지라는 단순한 생각이었어요. 24시간 운영하는 시부야 돈키호테에서 꼭 필요한 제품만 구매하기로 했는데, 역시 쇼핑의 천국 도쿄에서 나오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추천하는 제품은 초콜렛의 결이 살아있는 ‘샤샤 초콜릿’, 주류세가 저렴한 ‘주류’ 그리고 수많은 종류의 ‘후리가케’. 새벽 1시가 다 되어 돈키호테에서 나왔습니다. 앞으로 저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한 채로.
교통 어플 없이 새벽의 시부야에서 택시를 잡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이리저리 옮겨가며 택시를 잡으려고 했는데, 단 한대의 택시도 멈추지 않더라고요. 저희를 안타깝게 본 일본인 친구들이 와서, 앱 없으면 택시가 잡히지 않는다고 어플을 알려주었지만, 일본 전화번호가 없는 저희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1시간 넘게 서성이다 포기하려는 찰나, 운명적으로 택시 한 대가 저희 앞에 섰습니다. 택시 기사님이 본인 손님으로 착각을 하셨던 거였어요. 다행히 몇 번의 연락에도 받지 않는 고객 덕분에 택시를 탈 수 있었고, 저희는 무사히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호텔도 닫혀있어서, 직원이 문을 열어줄 때까지 멀리서 지켜봐 주신 따뜻한 택시 기사님. 결국은 해피엔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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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걷고, 여유를 즐기던 여행과는 달리 분 단위로 움직이던 오늘의 여행. 이런 삶도 또 다른 재미가 있더라구요. 모든 건 장단점이 있고, 어떤 관점으로 바라볼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 하루.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푹 잠을 잤습니다. 내일은 어떤 일이 펼쳐질까요? Be Frin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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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d again.. | Angie (I've been l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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